지나쳐가는 것들

Ach, Würzburg.

amarillo 2008. 4. 29. 03:45
프락티쿰 한답시고 5년을 훨씬 넘게 산 그곳을 떠나온지 벌써 반년이다.
하루하루 지나기가 힘들어질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시간, 이 곳들이 눈물나게 그리워질 날이 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때는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더 잘 될거야,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거야, 해낼 수 있을거야...
이런 말들보다 더 위안이 되는 말.
언젠가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그리워 질 것이라는 것.
그래야만이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의미없는 것이 아닐 것이므로.
힘들었건 즐거웠건 삶에서 의미없이 지나간 시간은 없다.
그 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지금 내 모습이 내가 꿈꾸던 혹은 바라던 그 모습이 아니라하더라도,
결국은 내 의지로 내가 선택하여 만들어 온 것을..
그래서 죽을만큼 힘들어도 나 힘들다고 말할 수가 없다.

약 2년전쯤 아직도 추워서 얼음이 녹지 않았던 레지덴쯔의 정원.
아마 3월 말이나 4월초였을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이제 그만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좋아하는 일도, 그를 그리워하는 일도, 그들을 사랑하는 일도,
그리고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내 마음도.
그러나 아직도 무언지 모를 그 무엇을 포기할 용기가 부족하다.
Würzburg에 다녀오고 싶다.
성인이 된 이후로, 그리고 최근 10년간 가장 오래동안 정착해있었던 곳.
날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곳.
그리고 사람들과의 거리감에, 낯설게 변해버린 세상에, 나만 따로 떨어져나간 듯한 외로움에 적응할 필요가 없는 곳.
이번에 가면 좀 따뜻한 사진을 찍어와야겠다.

'지나쳐가는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동네 Walldorf  (0) 2008.06.23
Heidelberg  (0) 2008.04.29
당나귀인가 망아지인가?  (0) 2008.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