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ch den Kopf

정신적 죽음에 이르는 병.

amarillo 2008. 5. 6. 02:41
집에 가고 싶어 미치겠다.
꼭 누군가가 보고 싶은건 아니다.
그냥 가고 싶다.
5년 동안 안가고도 사는 사람이 있던데, 난 못그러겠다.
1년 반이 훨씬 넘었다. 좀 있음 2년이다. 근데 올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다.
결국 2년 반, 혹은 3년... 그렇게 갈수 없는 시간이 길어진다.
목까지 꽉 꽉 차는 느낌이다.
우울하지 않으려고 즐거운 생각하고 재밌는 영화를 보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가족들이 살고 있을 집을 보면, 그 집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걸 보면,
눈물이 난다.

꿈에 어릴때 살던 집이 나온다. 대학을 간다고 내가 집을 떠난 이후 가족들이 이사했으니
그곳엘 가지 않은지 아주 오래되었다.
근데 너무 꿈에서는 너무 생생하다.
내 다리를 붙들고 놓지 않던 우리집 개랑 골목길.
여름이면 누워서 책을 읽었던 마당 한켠.
집 뒤에 살던 도둑고양이와 그 새끼들.
늘 할머니를 찾아 헤매었던 시장 한 복판.
비린내가 가득하던 횟집 거리.
약국, 장판집, 철물점, 슈퍼, 독서실, 동사무소 앞 공중전화...
기억력은 갈수록 쇠퇴하는데 왜 머리깊숙히 박혀있던 영상들이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걸까.

방법이 없다, 방법이.
향수병은 정신적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난 내가 극복 잘하고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터져버린 것이다. 6년이나 지나서야.
한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 눈물나게 그리운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는데,
전화번호를 눈앞에 두고도 통화버튼을 누를수가 없었다. 통화버튼 하나 누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들에게 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다. 몇백, 몇천킬로의 거리뿐 아니라 마음은 더 멀리.
결국 통화는 실패했다.
이제 전화 안할란다.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다 누르고도 녹색버튼 하나를 누르지 못해 갈등하는 내 모습이 더 싫다.

그러니 제발.. 보수의 탈을 쓴, 보수가 뭔지도 모르는 이명박을 비롯한 수구꼴통들.
제발 나라 좀 말아먹지 마라.
내가 가고 싶을때 갈수 있을때 언제든지 갈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