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ch den Kopf

동전의 양면성

amarillo 2008. 5. 3. 09:00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나도 결혼이라는 걸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어렸을때는 그냥 무조건 때되면 다 결혼하는줄 알았다. 그리고 나도. ㅡ.ㅡ

대학때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잃고 누워계신 이모할머니를 찾아뵈었었다.
자식이 없으신 이모할머니가 나를 참 많이도 이뻐해주셨는데,막상 돌아가실때는 못 갔다.
마지막으로 뵈었을때 아빠 엄마 동생까지 다 병실에 있었지만, 왠지 그 허전한 느낌.
그래서 생각했다. 아, 자식이 있어야 하는구나.
돌아가신 후 이모할머니는 유일하게 내 꿈에만 나타나셨다. 내가 워낙 꿈을 많이 꾸기 때문일지도.

십년을 넘게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혼자라는 게 이젠 너무 지친다.
그래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졸업하면 결혼해야지. 물론 취직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외롭지 않게 가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럴려면 남자가 한명 있어야 하고, 그리고 아이도 낳아야 한다.

동생이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대학을 간 이후로 너무 불만족스럽다.
그런다고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동생이 하나만 더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어렸을땐 그렇게 싸웠는데.. 나이가 드니까 내 동생도 똑같은 말을 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둘은 너무 적다. 아이는 최소한 셋은 낳아야 한다. 원래는 넷이 목표였다.

학교만 다닐때는 그래도 내 한몸 건사하기가 할 만 하더니,
하루에 똑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체력이 급감하고 있다.
그 짧은 시간에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잔병이 다 한번씩 지나갔다.
피곤하다, 쉬고싶다, 이 두 단어만 머리 속을 빙빙 돈다.
그러나보니 내 한몸 챙기는 것도 힘들어 죽을지경이다.
아주 가끔 30분 버스타고 가는 것조차도, 두통과 속 울렁거림과 현기증과 등등 온갖 이상한 증세들로 거의 초죽음이 된다.
집에 오면 밥도 못먹고 뻗는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면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되겠지만,
지구상 대부분의 남자들은 집안일은 도와줘야 할 일들로 인식하므로, 결국은 싫든 좋든 내 일이 되는거다.
특히나 기다리느니 화병이 생기더라도 내가 해버려야 차라리 속이 시원한 내 성격으로는.
게다가 아이는 최소 셋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엄마손이 더 많이 갈 수 밖에 없다.
(3학년때 1학년 후배들이 그렇게 이뻤던 걸 생각하면 아이들도 아주 좋아하겠지. 그치만 그렇다고 몸이 힘들지 않는건 아니잖아.)
십년 넘게 한 내 공부의 결정체일 직업도 결코 포기할 수 없을 것이며,
개도 한마리는 키워야 할 것이다. 꼭 있어야 한다. 개 없이 산 몇년이 너무 허전하다.
그럴려면 지금 이 상태에서 나하나 챙기는 것도 힘들어 죽을려고 하면서, 그 많은 것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순간 그 일들을 하다 너무 억울해져서 차라리 외로운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외롭진 않겠지만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더 부가시키느냐, (뭐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행복도 일상이 되면 어느순간 그건 더이상 행복이라고 느낄수 없을것 같다. 결국은 다 상대적인 거니..)
아니면 이만큼의 육체적 노동으로 대신 뼈저린 정신적 고통을 얻느냐.

어차피 인생은 parallel로 갈수 없으므로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후회하겠지만,
내가 선택한 길 뒷면에 있을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겠지.
옥화언니랑 얘기하다가 언니가 그랬다. 넌 그래도 다종이 있어서 나보다는 훨씬 나을줄 알았지.
글쎄요. 좋은게 있으면 나쁜것도 있는거죠.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것도.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나머지를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이 길을 선택하면서 뒷면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땐 알수가 없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나도 동전의 앞면만 보고 있었으니까.
뒷면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별로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 뒷면을 뼈저리게 겪고난 지금은 종종 생각한다. 그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할만큼 중요한 것이었나.라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 6년전으로 돌아가도 아마 난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독일로 왔을 것이고 다종을 다시 만났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다른 것들을 버릴수 있을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그리고 그것들이 계속 Erweiterung을 해도 될만큼 다른 것들보다 소중한 것인지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들과 계속해 나갈수도,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